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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226. 도은이 첫돌 file [4]

지난 해 정월 대보름날 외가인 강릉에서 태어난 이 아이가 벌써 첫돌을 맞았습니다. 일요일로 날을 잡아 하루 일찍 생일을 차렸는데 돌잡이랍시고 상에다 이것 저것 올려놨더니 덥석 집은 것이 붓이네요. 부전자전이 이런 때도 쓰이는 건가요? 지금 녀석을 안고 있는 지 아빠(제 등에 업혀 자란 동생입니다.)도 첫돌에 붓을 잡았더랬습니다. 붓을 집어 들고 미역국에 푹 적셔 책 표지에다 스윽 그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합니다. 할아버지가 내놓으신 사임당할머니 초상화도 고모가 내놓은 몽블랑 만년필이랑 도장 지갑도 늘 엄마가 빼앗느라 씨름을 하는 컴퓨터마우스도 모두 무관심 지 형이 아끼는 장난감을 들여대도 쳐다도 안 보고 붓만 가지고 놉니다. 우리는 하나씩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리라 짐작되는 물건을 올...

225. 네번째 생일 file [12]

눈빛에 '개구장이'라는 글자가 뚝뚝 떨어지는 저 녀석 내 조카, 우리 종찬이 네번째 생일입니다. "애가 느닷없이 케이크 먹고싶다고 해서 케잌은 생일날 먹는 거라고 해놓고 보니 내일이 애 생일이네요!" 우리 종찬이 엄마의 말이었습니다. 우리 엄마 생사를 넘나드시던 즈음 병실에서 주야로 엄마 머리맡을 지키던 중에 문득 미역국이 먹고 싶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임산부 입덧하듯이 미역국이 간절하다 했더니 그 말 들은 큰올케가 오빠 편으로 미역국을 끓여 보온병에 담아 보냈더랬지요. 눈물 절반 섞어 그 미역국 먹고 다소 기운을 차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 날이 내 아들 생일이었었지요. 그런 것인 모양입니다, 어미와 자식이란. 여러가지 케이크 중에 뽀로로 인형이 올려진 케이크로 골랐는데 종찬이가 매우...

224. 아버지의 그림전시회 file [34]

* * * 아버지 돌아오실 시간이 되어 시간 맞추어 콩국 만들어 놓고 국수 삶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웬일로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 니 좀 올래? - 어디를? - 복지관 - 무슨 일인데요? 우산이 없어 비를 맞고 오셔도 안 하시는 전화, 좀체 안 하시는 아버지의 전화에 혹 편찮으신 건가... 방정맞은 생각까지 하면서 짧은 시간 머릿속에 온갖 산수가 요동을 칩니다. - 그림 전시 해놓은 거 사진 좀 찍었으면 좋겠다고들 하네. - 누구 그림을요? - 여 사람들 같이... 통화 길게 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 아버지 금방 갈께! 하곤 후다닥 카메라 챙겨 들고 택시를 탔어요. 부랴부랴 달려가니 복지관 문 앞에 나와 계시던 아버지가 앞장 선 곳은 서울실버갤러리 <고운님> 이 갤러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 문화예술 ...

223. 어제 내린 비 file [7]

장마 타고 소귀천 가는 길 축축한 내마음 한 귀퉁이 꽃을 매달고 풀도 젖고 꽃도 젖고 나무도 젖고 숲이, 세상이 다 젖고 젖고...! 지붕을 두드리는 빗줄기 소나타에 그다림의 대문께도 속절없이 젖고 주룩주룩 처마가 운다. 나뭇잎에 떨어지며 거문고처럼 줄 튕기는 딩ㅡ 둥, 아, 다섯 손가락 끝마다 매달리는 보석 고랑마다 절로 핀 것이 수심이었을까 회심이었을까 몰라도 주룩 주루룩 조각난 꿈을 씻는 비 하염없고 적요와 더러의 고독과 더러의 기쁨과 미리 익어버린 것에 대한 연민과 ...

222. 비녀 file [15]

6월 6일 오대산 서대암 단오날을 맞아 한강 발원지라는 우통수를 소개하겠다는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의 초대였다. 우통수는 서대암 앞에 있고 서대암이란 오대산의 오대 암자 중 하나인데 현재 일반인 미공개 지역. 우통수에서 맞이하는 비공식 단오 행사에 춤을 추기로 하여 의상을 배낭에 메고 산길을 오른 우리 춤새선생, 편찮은 숲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말고 씨익 웃더니 나뭇가지 하나 불쑥 내민다. "언니, 이 비녀 어때? 나무 비녀. 힝~ " 비녀를 잊어버리고 안 챙긴 것인지 무거워서 의도적으로 뺀 것인지 굳이 물을 이유도 없다. 그냥, " 와~ 좋다야~" 꺾여 떨어진 나뭇 가지 줏어 꽂은 그녀를 보고 "이왕이면 풀잎이나 꽃이 달린 가지 하나 꽂을 걸 그랬나?" 내 말에 춤새의 대답, "스님이 나무 꺾지 말랬잖...

221. 감꽃목걸이 file [19]

<북서울 꿈의 숲> 근처에 텃밭이 딸린 작은 집을 살림집과 별도로 가진 신 선생 꽃이 좋다고 놀러 오라는 전화를 여러 번 주었는데 적당한 시간을 못 만들어 내내 미루는 사이 꽃 좋은 봄은 다 가고 겨우 시간을 쪼개어 찾아간 유월 초사흘 햇살은 따갑고 나무그늘의 풀조차 시들한 한낮 손놀림 부지런한 신 선생은 근간의 안부 나누는 잠시 사이에도 상추밭 고랑을 돌며 풀을 뽑고 내 눈은 밭고랑 끝의 찔레꽃에 가서 머문다. 그윽하게 고향 냄새 폴폴 날렸을 찔레꽃도 하마 끝물이다. 바빴으면 얼마나 바빴다고 이십분이면 오는 거리인데 저 찔레꽃이라도 한창일 때 좀 올 걸. 지난 해 가을 단풍 곱다는 전화도 몇 차례나 그냥 ...

220. 봄이 떠나는 북한강에서 file [5]

오월을 채워 피던 꽃들이 유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치게 뜨거운 햇볕에 익어가는 것은 오직 시간이려나 양평 양수리에 있는 세미원, 항아리 뚜껑 뚫어 분수를 올렸다. 물과 꽃의 나라에 북한강이 흐르고 울음이 만든 시인의 강이 흐르고 삼천리 금수강산에 금상첨화 하자는 옛 분의 메세지, 잊혀져 가는 그 님의 한 단면에 그런 마음이 있었다고 누가 듣고 기억하려나... 소용치 않은 자리에 피어도 꽃은 꽃이라 예쁘고 물가엔 노란, 꿈같고 희망같은 꽃들 애잔함이 흐르는 강변 돌아 그 어귀 연꽃은 아직 일러 보지 못했다. 추억을 돌아 함께했던 얼굴들 떠올리며 찾은 두물머리 그 어수선함이 텅 빈 것만 못함에 울...

219. 일출 (황매산 일기2) file [4]

굳이 새벽 산행을 동경한 이유라면 저 동트는 짙푸른 설렘이 그리웠던 것이다. 내 기억의 아침은 푸르게 하늘을 열고 오는 까닭에... 그 동녘에 붉은 놀 은근히 물드는 즈음 서산 위엔 아직도 못다 넘어간 하얀 달 어제를 기억하며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 머리에 길게 기댄 돌맹이들 하나가 되어 좌선하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서 멀리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그대 하늘을 향해 무엇을 묻고 있는가?" 나는 돌에게 묻고 싶었네. 이윽고 구름을 밀고 오르는 미약하여도 끝내는 붉은 기운 해마다 해가 열리고 달마다 달이 가지만 오늘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라는 말, 나는 믿는다. 둥둥 북소리 울리며 바다...

218. 새벽 (황매산 일기1) file [7]

언제부터인가 꽤 오래 새벽 산행을 마음에 그렸는데 동행할 친구를 얻지 못하여 마땅한 날을 잡지 못하다가 마침 촬영여행팀이 황매산을 간다하여 냉큼 동행한 날 버스는 새벽 세시를 조금 넘어 황매산 철쭉축제 행사장 임시 주차장에 일행에 섞인 나를 내려놓았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들을 지고 메고 주차장에서 철쭉 군락지까지 일행들은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며 올랐고 달랑 카메라 하나와 물병 하나 담은 나도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이미 정해져 있던 촬영 장소를 찾아 (이렇게 일괄로 하는 촬영 코드가 나는 늘 이해가 안 되어 우습지만) 해가 오를 방향을 가늠하며 각자 거치대를 세우느라 소란한 틈을 타 슬그머니 일행에서 벗어나 혼자 산등성이를 향해 오른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남은 해뜨기를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릴 일...

217. 하늘마루 file [11]

집을 나서서 언덕배기로 돈암2동 주민센타 지나고 흥천사 일주문을 지나면 마을 뒤로 산책로가 나온다. 찻길을 건너 걸어보는 데크 산책로는 북악스카이웨이와 나란히 간다. 숲이 잠깐 비키면 남산도 보이고 사진 중간을 굽이 질러진 성벽길 끝의 오른쪽 언덕마루는 와룡공원. 와룡공원이 보이네...앗, 잘못 들었다. 어디다 정신을 판 거야, 이건 내려가는 길인데 나는 지금 하늘마루로 갈 거니까 "빠꾸!" 가던 길 되돌아 다시 걷는 초록잎들 무성해져가는 오월 산책로 눈여겨 보면 길섶은 깨알같은 풀꽃들이 흐드러졌네. 노랑 애기똥풀꽃 고개 디밀고 기웃거리는 데크길 지나 도로를 다시 건너니 이어지는 꽃길 인위로 조성된 꽃길이 싫으면 고개를 들지. ...

216. 흰구름길을 걷다 file [12]

정릉에서 솔샘길(북한산둘레길 구간 중 하나)로 들어섰을 때는 목적지가 성북 생태공원이었다. 생태공원 관리소 건물 옆에 핀 라일락 향기에 코를 벌름거릴 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나는 이정표만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예정했던 일정 따윈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이리도 가보고 싶고 저리도 가보고 싶고 그러다 헛갈리면서 방향감각조차 잃어버리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이정표를 보는데 칼바위란 이름이 확 나를 유혹했지만 산으로 오를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고 빨래골까지만 가 볼까...? 하며 인공 연못이며 데크며가 잘 구며진 생태공원 사이로 난 길을 들었다. 정릉초등학교 바로 뒷편 산자락에 가꾸어 놓은 성북생태공원엔 꽤 많은 이름표를 붙이고 너른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지만 아직 덜 핀 것인지 이미 폈다 진 것인지...

215. 추읍산 일기 file [6]

사월 한 하루 봄 깊은 날, 중앙선 용문행 전철을 타고 원덕에서 내려 시골길로 약 1키로 가량 걸었나 싶으니 신내천(일명 흑천)이다. 검은 돌이 바닥에 깔려 있어 강물이 검게 보인다고 흑천이라 부른다나? 그러나 그 바닥 돌이 검은 돌인지 하얀 돌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우리는 그저 떠들썩하게 그 물 위로 난 다리를 건넜다. 강변 버들가지에 봄물 오른 저 여린 연두색 이파리, 색깔 좀 봐~!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에 위치한 추읍산. 몇 갈래 등산로 중 제 7코스로 진입하면서 언제나처럼 우리의 산행대장 목우당이 앞장을 서고 출발부터 벌써 헥헥대기 시작한 늘이와 우리의 알뜰살림꾼 총무, 달이와 그 뒤로 와일드로즈 우먼산행 여전사들 성근 숲 사이로 드문드문 피기 시작한 진달래가 사월 햇살...

214. 비 개인 오후 -(서울성곽길 낙산공원) file [13]

한성대역 3번 출구에서 혜화동 방향으로 100m가량 오르막을 걸으면 오른쪽 건너편에 혜화문이 보이면서 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바로 왼쪽에 낙산공원으로 가는 달팽이 나무계단. 현 위치에서 보는 서울성곽길 지도 오늘 내가 걷기로 한 혜화문에서 동대문까지의 거리 표지판은 2.2km 내 손에 든 지도는 2.5km로 적혔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뚝, 잘린 성벽이 가로막고 섰다. 성벽 왼쪽을 따라 오르다 뒤돌아 본 혜화문 뒤로 삼각산이 의연하다. 굳이 찾으면 비 오는 날이라고 할 일이 없겠냐마는, 비 온다는 핑계로 낮잠을 잤다. 한참 자다 보니 밖이 환해서 봄비 그친 맑은 하늘 보자고 부랴부랴 나선 오후 짧은 시간에 걷기 좋은 길로 선택한 성벽 길 비 그친 하늘에 구름이 많이 남았지만 구름 틈새로 보이...

213. 초암의 갤러리카페 '봉쥬르' file [4]

갈께요! 전화해놓고 두어시간 남짓 후 도착했을 때 천연염색 천에다 선화 한 점 그려넣고 '禪風茶人'이라 적고 안소휘 이름까지 적어 천장 투명창을 통해 드는 햇볕에 펼쳐 말리고 있었다. 매번이 사람 감동 시키는 할배. 이 양반 동그라미 즐겨 그린다. 동그라미 그릴 때 옆에서 지켜보자면 숨이 턱에 찬다. 숨이 가쁜 건 내 사정이고 정작 그리는 본인은 한 호흡에 정확하게 원을 그려내는데 일순에 원을 그릴 때 눈빛이... 장난 아니다. 햇볕 드는 창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데 창틀에 올려져 시선을 끄는 선생의 작품. 한 때는 라이브 가수로 활동하시다 어느 날 느닷없이 붓을 잡고 깜짝 놀랄 그림을 그리더니 만다라, 수묵화, 선화로 휘휘 돌다가 몇 년 전부터 또 느닷없이 설치미술에 심취하셨다. 통도사 뒷산을...

212. 집으로 가는 은하철도 file [2]

어둠도 짙고 안개도 짙은 남춘천역 역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택시 승강장의 줄은 아까보다 더 길어졌고. 오는 사람인지 가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무리들 역전 외등은 안개를 달무리처럼 두르고 보름달 흉내를 내고 있었다. 이제 새 전철이 개통되는 내일부터는 더 이상 역이 아닐 곳에서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기차 통학생이 사오십은 족히 되었던 고향 역 생각을 했다. 지금은 없어진 내 고향 ‘산인’역에서 섰다 가는 기차는 완행열차 서지 않고 지나가는 기차는 특급열차였다. 그렇게 알던 완행, 특급, 보급 등의 구분이 어느 날 비둘기, 무궁화, 새마을 따위의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그 때부터 나는 그만 기차의 구분을 놓쳐버렸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이름들로는...

211. 춘천 그리고 안개 file [3]

춘천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은 건 군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차지 않았지만 연탄불에 밤을 굽는 할머니의 손은 추억이라거나 구수함이라거나 정겨움이라거나 하는 말들보다 더 먼저 아픔으로 와락 달려든다. 오늘은 이런 감정은 싫은데...... . 춘천엘 가야한다고 춘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우겨 기어이 이기긴 했지만 막상 춘천에 내리자 갈 곳이 없다. 택시 승강장에 길게 줄 선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들 갈 것인지 모르겠네, 모를 일이야. 역전에 세운 관광 안내 지도를 한참 올려다보았지만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생각난 것이 그저 한 곳 있긴 했다. 운교동 성당. 하지만 이십년 전에 거기 계셨던 가끔 내가 그리워하는 그 수녀님이 아직 거기 계실 리는 없을 테고, ...... 가우덴시아수녀님...

210. 춘천 가는 기차 file [7]

빨간 소리 딸랑딸랑 혼자 울리는 자선냄비가 세밑임을 상기하게 하는 12월 20일, 청량리 역전. 최근 근사한 규모로 새로 단장한 청량리 역사 앞에 그래도 변하지 않고 그 자리 지키고 있는 건 저기 시계탑! 달포 전에 연평도 사건 났을 때 근심스럽게 만약의 사태로 전쟁이 난다면 운운의 통화를 다정이랑 하다가 “전쟁 안 나. 걱정 마. 설령 나면 어차피 한꺼번에 다 죽어. 혼자 죽으면 억울하겠지만 너도나도 다 죽으니 억울할 것도 없고 만약 그런 일 생긴다면 야야, 우리 같이 가. 먼 길 혼자 가기 심심할 테니 만나서 같이 가자고.“ 라고 내가 말하자 다정이 깔깔 웃으면서 “어디서 만나? 못 찾고 헤매면 어떡하지?” 했었다. 그 때 순간적으로 청량리역 시계탑! 생각이 났지만 거기 아직 시계탑이 있는지 없어졌는지 ...

209. '거장 사진전' 관람기 file [6]

토마스 스트루스의 사진전 기사를 보고 독일인 사진 거장이 본 한국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하다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내 속내는 이런 감정도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십년을 살아 온 나도 모르는 내 나라를, 단 세 번 방문해서 사진 좀 찍었다고 당신이 내 나라 한국을 알면 얼마나 알겠어. 달랑 사진 열다섯 장으로 한국을 말한다는 건 건방 아냐?’ 내가 그의 한국을 주제로 한 사진전에 관심을 보인 것에 동조한 목우당이 시간을 내겠다하여 지난 12월 2일 갤러리 현대를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게 되어 혼자 위층 아래층을 무심히 훑어보는데 결코 좁은 공간이 아닌 갤러리 건물의 너른 벽면을, 그의 사진들은 거개가 한 장이 한 벽면을 차지하는 초대형으로 걸렸다. 그런데, ... 놀라워...

208. 보원요 방문기 file [4]

변명 먼저 하기를, "보원요 사진 왜 안 올려?" 사진 보려고 날마다 열어 봐도 불도 안 켜놓은 시커먼 집이라고 피선생님이 전화에다 멀쩡한 홈페이지 구박까지 섞어 독촉을 하셨지만 그 사이 일이 많이 바쁘기도 했고 실은 그 날 밤 사진이 도무지 사진 같지가 않아서 내놓을 수가 없었는데 지난 주 '고려불화전' 보러 국립박물관 같이 가기로 한 약속 어긴 죄 그 벌칙으로 삼 주나 지난 보원요 사진, 사진 같지도 않은 사진들이나따나 여기, 슬그머니 올려 놓습니다..... * 언제부턴가 제가 그릇 욕심이 생겼어요. (밥그릇 말고 茶器) ㅎ 그래서 가마에도 관심이 많아졌고요. 보원요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내가 하긴 했는데 하고도 나는 잊어버린 것을 뜰에봄님과 피선생님이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보원요 가마 불 땐단다. 갈...

207. 계룡산 일기 4 file [6]

산에서 내려다 보는 아래는 언제나 평화로워 보인다. 설령 거기 온갖 아귀다툼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살고 있을 망정. 어쩌면 그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희망이 사람을 산으로 오르게 하는 건 아닐까.. 울긋불긋한 산자락에서 눈을 돌리니 산의 정상부에는 이미 낙엽이 지고 앙상한 빈 가지들이 11월을 맞고 있다. 뒤처진 흑진주를 기다리며 경자씨 '이쁘게' 한 번 더. 두 롱다리 나란히도 한 번 세워 보고. 정상에 세운 삼불봉 설화를 읽었으니 이제 드디어 하산 길인 모양이다. 느긋하게 산세 한 번 또 둘러 보면서 하향선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내 나이로 인생의 곡선 그래프에 점을 찍는다면 아마도 이 지점 쯤이 아닐까? 산에서 내려가는 길도 인생의 하행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