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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귀향
[10]
마을 품은 산자락
그 허리 두른 안개
들녘 깔아 펼친 풀꽃
그 꽃무리 먹은 이슬
헛디뎌온 도시의 댓돌에 새벽 잠 벗어놓고
봄 짙은 들길에서 아침 맞은 날
이제야 반짝
눈을 뜨네,
산야가 날 키웠으니
저들이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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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할머니의 봄
[15]
할머니 분홍조끼 봄물 들어서
초록바람 한 아름 걸망에 지고
노란 꽃그늘 모롱이 돌 때
발 느린 한 박자 나무 지팡이
더 느린 두 박자 깜장고무신
- 2011년 4월 사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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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설중매화
[2]
<매화 옛 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
옛 퓌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퓔동말동 하여라.>
난분분(亂紛紛)한 춘설(春雪)에 필동 말동 하다더니
피었어요, 오늘
옛 등걸에 마침내 봄이 돌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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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겨울강에서
[2]
수초 뿌리에 설겅설겅 선잠 자던 살얼음이
짐짓 실눈 뜨고 살 비비는 이른 시간
포슬포슬 수면 데워 안개 오르면
적요(寂寥)의 빈 가지에 얼음 꽃 피고
순간에 피었더니 무송(霧凇) 덤불 꽃 진다고
햇살 먹은 물안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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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새해일출
[1]
어제의 어둠을 밀어 불꽃바다 꽃물들이며 피는
저 찬란한 오늘의 얼굴을 보라
섬이여, 새해가 피었다
지난해의 꼬리를 걷어 축복으로 새 날 밝히는
저 거룩한 생명의 탄생을 보라, 바다여
새해가 열렸다
날마다 뜨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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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겨울감나무
달랑 한 장, 벽에 걸린
달력에 남은 12월이 쓸쓸하다 내 마음같이
홀로 쓸쓸하다 했는데
축복처럼 펑펑 눈 내린 날 오후
조선시대 출생의 어느 기와집 담장 안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지난 한 해가
눈꽃 핀 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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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새벽
[2]
산등성 푸른 여명에 새들 돌아와
한 날개로 먼 곳 소식 그려주는데
새들이 전해주는 말
까맣게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갈 길이 바쁜
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었나?
더러는 마음 기울여
하늘도 읽으며 살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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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갯마을 황혼
한벽처 갯마을 해거름 즈음
주단으로 꽃빛 하늘 나래 펼치면
이랑진 하루를 거두는 갯벌
소금기 젖어 베인 잔주름에도
바람길 쓸어 내는 붉은 물든다.
조근조근 햇살 풀어 노을 스민다.
2010년 10월 사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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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가을로 가는 배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은 길었습니다.
북한강어귀 버드나무 그늘에서
지루하게 여름을 난 쪽배 하나는
강바람에 얼핏 묻은 갈꽃 소식에
가을맞이 채비를 서두릅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또 내일도
강물은 저들만 아는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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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새벽강 아침바다
밤새워 달려온 강물이 바다를 만나는데요,
바다가 너른 품 벌려 물길을 끌어안으니
강은 한 줄 소나무 숲 경계에 이지러지며
거친 호흡을 내려놓는데요,
지나던 바람도 덩달아 숨을 멈추어
세상이 고요하기를
참, 육중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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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백련
백련
후두둑! 소낙비 연잎 위에 빗금 긋더니
구름은 이내 물러나 먼 산머리 머금었고
볕뉘에 白蓮 한 송이, 산자락 외딴 오두막으로 피는데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것일까, 온갖 그리운 것들의 안부가
蓮池의 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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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둥지
초여름 돋을볕에 도란도란
노송 가지 층층이 둥지 열리고
둥지마다 종알종알 엄마 부르는 아기 새 노래
어린 새들 열린 입에 고루 나누는
어미 새의 다솜 바라지 훔쳐보다가
아뿔싸, 사람의 더딘 깨달음이여!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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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농부
논틀밭틀 가장자리로 소 몰고 가는 농부
덜미 시리던 간밤의 수심은
명지바람 꽃 잔치에 까맣게 잊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어 줄 정직한 땅에
고랑마다 노란 희망 다복다복 다졌으니
한 땀 지난 다음 계절은 가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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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아버지를 위한 기도
[2]
아버지를 위한 기도
아버지에게서 떨어진 살비듬 베개에 방바닥에 드문드문 피었다. 두렁두렁 청소기로 털어버리기엔 차마 죄송한 아버지의 할아버지가루 그 앞에 꼼짝없이 공손해진다.
어머니 예고 없이 먼 길 가신 후 칠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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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간밤에 내린 비
[4]
간밤에 내린 비/ 어둔 골목 누비며 자박자박 간밤에 오신 비 발자국 소리 그대 혹시 들었는지요? 빈 가지에 물 올리는 소리 나뭇잎 눈뜨라 재촉하는 소리 꽃잎 눈뜨느라 서두는 소리 나는 그 밤을 젖었는데요, 소곤소곤 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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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초록등대
[8]
초록등대/안소휘 해가 지려나 봐요, 어머니 산 그림자가 점점 마을로 내려와요. 어둠에 바다가 잠기기 전에 나는 초록 등대에 불을 켜야겠어요. 아가들이 종이배를 띄웠거든요. 산새는 바다에 헤엄치고요 물고기는 산그늘을 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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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老僧의 노래
[16]
* 그림/Brian Barry- 노승 떠나는 老僧의 노래/ 안소휘 오랜 날을 걸었다, 먼 길이었지. 바람 부는 대로 구름을 따라 無心이기를 渴求하며 갈구하는 마음조차 버리리라, 正心으로 가두지 않고 거두지 않고 껍데기만으로도 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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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벌레
[13]
벌레 때문에 손가락 한 마디 길이도 못 되는 배추벌레 한 마리에 기겁에 질색을 하고 소름 돋우며 펄펄 호들갑 벌레 기어오르기에 한나절도 더 걸릴 긴 막대기 끝에 매달아 대문 밖 저 멀리 힘대로 냅다 던져놓고 들어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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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이름 모를 비
[13]
(무슨) 비/ 얼핏 수군거리나 싶다가 한순간 와락 단잠 위로 봇물 터뜨린 두드림 눈 비비고 내다보는 놀란 창으로 새벽 지켜 졸던 건너편 골목 키 큰 외등 토끼눈 동그랗게 허둥지피고 눈물범벅된 7월바람, 검은 유리창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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